도시 경쟁력 제고 분수령
서울 20여 개 개발사업 추진
수십 년 내다본 계획 필요
기존 ‘성냥갑 오피스’ 탈피
직주락 특화 도시로 변신을
공공주도 땐 효율 저하 우려
민간에 최대한 자율성 줘야
◆ 도시개발 경쟁 ◆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 연계한 대형 복합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선진국 못지않은 ‘WLP(일·거주·놀이)’ 클러스터를 조성할 기회가 오고 있다. 다만 수십 년 앞을 내다보고 만들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일하는 공간의 혁명’에 관한 진정한 고민이 필수다.
23일 서울시와 개발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계획·진행 중인 복합개발사업은 20여 개에 달한다. 도심(CBD)·강남(GBD)·여의도(YBD) 같은 기존 3도심은 물론 광운대·성수동까지 지역도 광범위하다.
우선 강남권 최대로는 서초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서리풀 복합개발사업’이 눈에 띈다. 최근 건축허가 승인 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2028년 준공이 목표다. 서리풀 복합개발사업은 과거 정보사 용지였던 서초동 1005-6 외 6개 필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축구장 13개 크기인 이곳(9만6795㎡)은 강남구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보다 넓다. 세계적인 도시개발 모델을 반영해 상업·문화·오피스가 어우러진 공간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이 밖에 강남권에서는 삼성동 GBC, 서초동 롯데칠성 용지가 복합개발할 수 있는 땅으로 평가받는다.
도심권에서는 대표적 낙후 지역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대규모 녹지공간과 업무, 주거용 건물을 조성하는 개발사업이 속도 내고 있다. 서울시는 종묘에서 퇴계로 일대 약 43만㎡ 용지를 녹지생태도심으로 전환하는 지침을 담은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올해 6월 고시했다. 사업이 완료되면 세운지구는 녹지 약 13만6000㎡를 중심으로 업무·주거·문화가 어우러진 장소로 탈바꿈한다. 세운상가·삼풍상가·PJ호텔을 포함한 세운지구 내 상가군은 단계적으로 공원화해 녹지 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3도심 중앙에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시는 높이 100층 내외 랜드마크 건물과 업무·주거·여가가 조화를 이룬 공간을 구축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 구역 안에서는 모두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콤팩트시티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개발계획이 용산구에 접수된 뒤 전략환경영향평가나 광역교통개선대책 같은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실시계획인가를 거쳐 이르면 하반기에 기반시설 착공과 토지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이 밖에 광운대 역세권과 성동구 삼표레미콘 용지를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 WLP 콘셉트 복합개발이 한창이다.
한편 서울지역 주요 개발은 실제로 민간이 담당하지만 공공 주도로 이뤄지는 특성이 있다. 이에 개발 콘셉트가 겹치거나 민간이 자율성을 보장받아 개발하기 어렵다는 위험이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에서 개발을 주도하면 형평성 같은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사업 효율성이 반감되는 선택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민간이 최대한 자율성을 발휘해 개발되도록 공공이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간 디벨로퍼들도 기존 성냥갑 같은 오피스빌딩을 찍어내기보다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는 디자인을 적극 고민해야 할 때다. 이에 최근 세계적 트렌드인 WLP 복합개발 콘셉트 ‘그라운드 스크래퍼(Ground-scraper)’나 ‘랜드 스크래퍼(Land-scraper)’를 적극 차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이것은 널찍하면서도 내부 공간이 탁 트인 캠퍼스 스타일의 사옥, 충분한 자연녹지, 일하는 공간과 놀고 쉬는 공간의 합일, 가공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인테리어, 건물 중앙의 넓은 계단 같은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직원들이 소통하면서 협업하고 혁신과 창의력을 발현하도록 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그라운드 스크래퍼가 꼭 층당 연면적이 넓은 캠퍼스 스타일의 건물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에 들어선 파격적인 디자인의 인터레이스 아파트가 좋은 사례다. ‘2015년 올해 세계의 건축물’로 선정된 이 건물은 좌우로 넓은 6층 규모 빌딩 블록 31개를 위에서 볼 때 육각형 모양으로 쌓아 올려 만들었다. 각기 다른 전망을 제공할 수 있고, 각층 연면적이 넓어 근무 공간부터 커뮤니티, 스포츠센터까지 상호 연결된 공유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김유신 기자 / 손동우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출처: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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